지리산을 다녀왔습니다.
6:30분 출발에 맞춰 5:30 알람을 맞춰놓고 4시경에 잠들었던 것 같습니다.
핸드폰 진동이 전율합니다.
잠결에 반쯤 감은 눈으로 확인을 하니 아뿔사 6:36분.. 왜 안오냐는 전화입니다.
저때문에 다들 기다려야하는 거라면 포기할 각오로 지금 일어났다고 이실직고를 합니다.
7시에 출발할거니 7시까지는 올 수 있냐고 묻습니다.
아들부터 깨웁니다. 다 큰 녀석 궁댕이 까고 펑펑패서 일단 깨워놓고 머리감고 화장까지 10분....
배낭챙기기 5분... 동안에도 뻘리 준비하라고 아들녀석에게 연신 눈을 부라립니다.
문을 나서는데 54분.. 또 전화가와서 7시엔 탑승하겠다고 합니다.
차에 오르고보니 가장 뒷자리밖에 자리가 없습니다.
다섯 빈 좌석중에 아들녀석과 양 창가쪽으로 떨어져앉습니다.
그리고는 둘 다 신나게 디비잡니다.
자느라 휴게실에서 준 식사시간도 놓칩니다.
다행히 배낭에 잔뜩 넣어갔던터라 배고플 염려는 없습니다.
지리산 둘레길...
오호 통재라... 단풍은 삽시에 사라지고 녹슨 가을바람만 휘파람을 불고 있습니다.
걷습니다. 당근 배낭은 아들 차지지요.
그런데! 당근 짐꾼인 아들이 반란을 일으킵니다.
"엄만 아무리 생각해도 천재야! 사람괴롭히는데는 천부적인 소질을 타고 나셨으..."
수학여행 때조차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던 짐을 왜 이렇게 많이 싸서 힘들게하냐고 난리입니다.
자기 키가 짜부라드는 것 같답니다.
"이리줘, 엄마가 맬께."
헐~ 이눔봐요.. 순순히 벗어줍니다.
그냥 조금 무겁습니다. 그렇지만 절대 내색 못하지요.
서울엔 눈이 온답니다. 날씨가 심상찮습니다.
조금 가다가 배낭 다시 달랍니다.
"아들, 엄마 괜찮아. 근데 아들아~ 사람들이 우릴 보고 뭐랄까?
저 나쁜 놈의 새끼는 늙은 에미한테 짐은 다 맡기고 혼자 편하게 간다고 하겠지?"
결국은 지눔이 뺐다시피 가져갑니다. 낄~
"아들아, 사실은 짐꾼이 있어서 엄마가 많이 쌌던거야.. 히죽!~"
아들은 모릅니다. 지눔 먹일려고 바리바리 쌌다는 걸...
짐꾼으로 써먹을려고 있는거 없는거 다 싼거라고 팅팅 부어오릅니다.
엄마는 해맑은 표정으로 긍정의 답을 강요합니다.
"아들아, 그래도 엄마랑 이렇게 걸으니까 좋잖아 좋잖아..."
마지못해 짐만 없으면 좋댑니다.
"아들아, 우리 손잡고 갈까? 엄마 쪼매 힘든데..."
어림없을 줄 알지만 한번 찔러봤다가 면박만 당합니다.
후둑후둑... 비가 옵니다.
오다가 말겠지 했던 비가 퍼붓습니다. 아들도 엄마도 폭삭 다 젖어버립니다.
급하게 짐싸느라 우의나 우산, 심지어 수건은 고사하고 손수건도 없습니다.
도리없이 우린 그렇게 사이좋게 가을비를 만끽했습니다.
비가 잦아들 즈음 비때문인지 처음부터 그리 예정된 것인지 차량이 도착해있습니다.
힘든 사람은 차에 탑승하고 예정코스대로 갈 사람은 가도 된답니다.
날씨가 불안해서 그만 가자고 말려도 아들은 끝까지 간답니다.
애물단지 배낭만 받아서 차에 오르고보니 이런... 다시 장대비가 퍼붓습니다.
잠시 후에 가던 사람들이 다젖은채로 무더기로 차에 오릅니다.
가을비에 왕창 절여진 우리 생쥐 어쩐답니까?....
(아웅... 너무 졸려요... 일단은 풀잎처럼 쓰려지렵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