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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아들아~ 마트가자. 준비해.."

아들녀석 점퍼안에 받쳐 입고 나온 옷이 하필 나와 같은 스트라이프티셔츠...

사람들이 커플룩인줄 알거아니냐면서 갈아입겠다고 들어가는 녀석 뒷덜미를 채서 끌고나옵니다.

그 와중에 현관앞으로 쪼르르 달려와 앞발 모아 엎드리고

-엄마, 나도 제발 데려가줘요..-하는 간절한 눈빛을 보내는 별이..

언제나처럼 녀석을 안아올리니 아들녀석이 추워서 안된다고 기겁을 합니다.

그래도 안고나오는 에미에게 엄청 눈총을 주던 녀석...

급기야 마트주차장에다 두고 내리니 추운데 차에 둘거면서 왜 데리고 나왔냐고 버럭합니다.

허.. 참.. 개때문에 애한테 야단맞는 엄마 보셨나요?

"쟤는.. 모피 입었잖아..."

그렇습니다. 털이 길어 산발한 별이 미용하겠다고 했더니 제발 날 풀리거든 하랍니다.

엄마는 산발한 별이도 보기싫고, 털날리는 것도 싫지만 아들 마음 씀씀이가 이뻐서 그냥 참고 맙니다.

 

 

학교홈페이지에 올라온 아들녀석의 독서인증시험 서술형답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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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학


현대사회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말이 중요시되고 있다. 자신이 태어나며 받는, 혹은 살아가며 받게 되는 축복, 자신의 지위나 부유는 혼자서 이루어낸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기에 희생한 그 사람들을 뒤돌아보고, 그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희생해 주는 것. 그것이 바로 노블리스(고귀한) 오블리주(의무)인 것이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흐름을 잃어버리기 전까진 수십, 수 백 년이 지나도 우리들이 눈치 채지 못하지만 하루하루 새로워지고 있다. 그렇지만 고인 물은 누구나가 알 수 있게 너무도 빠르게 썩어간다.
 우리사회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누구나 부귀영화를 바란다. 그렇지만 개인이 갖기에는 너무도 많은, 평생을 편하게 살 수도, 그 후손마저도 평생 일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가 되면 자신에게 희생당한 사람들을 돌아보고 멈출 줄 안, 고귀한 의무를 떠올린 사람은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도 보기 힘들다. 외국에도 세계적인 부자는 많다. 그렇지만 그 사람들은 자신들의 고귀한 의무를 너무도 잘 기억한다. 워렌 버핏은 세 자녀에게 300만 달러만 남기고 자신의 전 재산 470억 달러를 자선 단체에 모두 기증했다. 빌 게이츠의 경우도 세 자녀에게 1천만 달러만 남겨주고 나머지 99%인 약 460억 달러를 자선사업에 쓰겠다고 하였다. 이 두 명은 누군가가 시킨 것도, 요구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자신의 고귀한 의무를 수행하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떨까? 한 사업장에서 10년 동안 20명이나 백혈병에 걸렸고 그중 9명이 사망하였다. 그 사건에 대해 숱한 기자와 PD들이 취재를 하고 돌아갔다고 하지만. 그러나 이 일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며, 이 사건을 집중 취재한 것은 방영되지 못한 채 아무도 모르게 묵인되고 말았다. 올해 3월 31일 돌아가신 고 박지연씨는 2004년 12월 삼성전자에 입사해 납 용액과 화학용품을 취급하는 반도체 검수 업무를 맡았었고 2년 반 만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아 23살의 나이로 결국 숨을 거두었다. 그런데 자신의 아들에게 주식의 불법상속을 하다 적발, 탈세 등 여러 가지 화려한 경력을 가졌고 작년 2009년에 특별 사면으로 풀려난 그가 어떤 행사에서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였다. 이것이 세계 1위 삼성 기업의 이건희 회장의 말이었다. 1급 발암물질인 벤젠 등 여러 가지 발암물질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희생자들에게 외면을 하고 제대로 된 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그들은 그들의 고귀한 의무를 외면하고 있다.
 돈이란 소지의 가치가 아니다. 흐름으로써 가치를 가지는 흐름의 가치이다. 무인도에서 아무리 지폐 돈이 많다고 해도 그건 무인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종이에 불과하다. 기의 흐름이 끊기면 기절(氣絶)하고, 기의 흐름이 사라지면 생명의 불꽃도 사라진다. 이처럼 흐름이 사라진 사회에서 대다수의 서민들이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결국 모든 게 멈춰버린다면, 그 사회는 끝을 고한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고, 그 사람들이 다시 다른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나비의 작은 날갯짓에 불과할 지도 모르지만, 지구 반대편에까지 닿을 수 있도록, 모두를 위하는 삶을 만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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