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의 섬
술병 속엔 푸른 모니터가 있다 깜빡이는 커서가 있다 거품 속에 탄생하는 비너스, 명부(冥府)로 간 오르페우스, 푸른 신호등의 한숨이 있다
취하기도 전에 새벽이 먼저 쓰러진다 변기를 안고 소태처럼 쓴 아침을 구토한다 토끼의 간처럼 술취한 위장도 뽀득뽀득 씻어 말릴 수 있으면 좋겠어 뜨거운 국물에 아침을 말아 오뉴월에도 한기가 드는 뱃 속을 데우며 '어, 시원타!' 이 무슨 역설인가
술병 속엔 떠돌이섬 델로스가 있다 푸른 신호등 야금야금 저물도록 허연 배를 뒤집고 둥둥 떠도는 문자들, 아침이면 말라 비틀어지는 환청이 있다 병 속에 갖힌 섬, 날마다 이반(離反)하는 무채색 메아리
|
'Monologue' 카테고리의 다른 글
Streets of Philadelphia (0) | 2008.05.24 |
---|---|
달팽이와 기침 (0) | 2008.05.24 |
입추(立秋) (0) | 2008.05.24 |
나는 무엇을 기다리나 (0) | 2008.05.24 |
왕송호수 戀歌 (0) | 2008.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