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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나들이..

모처럼의 친정나들이..  일요일 오후 타이어스파크일도록 달려서 도착했더니

아놔... 대문은 잠겨있고, 엄니도 동생도 죄다 전화를 안 받습니다.

차안에서 편의점 샌드위치로 허기를 떼우면서 얼마나 처량하던지.. 그럴 줄 알았으면 휴게소에서 먹고 올걸 싶었지요.

그렇게 차에서 한시간쯤 후에 겨우 통화가되어 숨겨둔 비상키로 집안으로 잠입,

식구들 도착할 때까지 또 한시간 가량 혼자 멍때렸습니다.

그런 우여곡절의 일요일을 보내고 월요일 한낮,

아침청소를 끝내고 친정 거실에서 엄니랑 배깔고 뒹굴고 있는데 동네국번의 전화가 왔습니다.

또 모 인터넷바꾸라는 전화나 좋은 투자처어쩌니하는 전화려니했지요..

"***씨 핸폰이지요?"

"네, 그런데요?"짜증난다는 톤으로 말꼬리를 살짝 올려서 답했습니다.

"여기 **검찰청인데요."

허걱... 내용인 즉슨 지난번 저작권위반고소건으로 검찰에 출두하라는 전화였습니다. 

며칠 전에 경찰서에서 고소당했다고 출두하라고해서 조서쓰고 끝난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닌가 봅니다.

그 와중에도 지금 지방이니 시간될때 전화주겠다고 담당자연락처 받아놓고 전화를 끊고 돌아서고보니

검찰청이란 말에 놀래서 버벅거리느라 노모님께서 곁에 계시단 것도 까묵고 전화통화를 했지 뭡니까...

도끼눈을 하시고 캐물으시는 울 엄니, 별일 아니라고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는 딸년 뒤통수에

베라먹을 가스나, 무슨 사고를 쳐서 검찰청에서 전화가오냐고 배부르도록 욕을 퍼주시네요.

일단 시간은 차후 정하기로 했지만 울 엄니 시선도 그렇고.. 매사 엄마에게 불만인 사춘기아들도 걱정이 되고...

마냥 편한 마음은 아니더라구요.

저녁먹고 올라가겠다고 하니, 처음엔 내일 새벽에 가라고 잡으시던 엄니와 동생들이..

꼭 갈려면 더 늦기전에 비오기전에 빨리출발하라고 등떼기를 떠미내요.

8시경 출발할려고 일어서자, 흐미 장롱면허20년짜리 소심쟁이 세째 동생식구들과

언니랑 한잔하면 운전못할할테니 데리러 오라던 막내여동생식구들까지 데려다주고 가야할거 아니냐고

줄줄이 낑겨타는 겁니다.

그렇게 시내를 한바퀴돌고 고속도로에 오르니 9시가 훨씬 넘었더군요.

고속도로 오르면 급한 볼 일 아니면 중간정차를 하지않는편이고 길도 뻥뻥 뚫려서 12시전에 집에 도착은 했습니다.

고속도로위에 있을 때라 못본 드라마 다운받아보고, 카드게임 몇 판하고... 3시 좀 넘어 컴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늦게 잠든 탓에 오전내내 뒹굴거리며 망설이다 어차피 맞을 매다 싶어 전화를 하고 3시경 검찰청에 갔습니다.

번번히 느끼는 것이지만 울 나라 관공서 건물들... 오성호텔급 빌딩들이지요.

삐까번쩍 위압적인 건물에, 입구들어가면서 용무 밝히고, 로비에서 신분증제출하고 방문패받고...

요때까지는 그래도 기죽지않고 버텼지요.

근데 막상 담당 검사실에 가서, 조사받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더럭 겁이 나는 겁니다.

통화했던 직원은 자리에 없는 것 같아... 좀 덜 바빠보이는 영감님(?)에게 왔다는 사인을 드렸더니

대기실가서 부를 때까지 기다리라네요.

대기실서 망연히 기다리고 있는데 살짜쿵 떨릴려고 하는 겁니다.

그럴때면 왜 커피가 생각나는지... 도착보고할때 잠시 기웃거렸던 검사실 직원용 커피가 떠오르는 겁니다.

마침 핸드백안에 일회용커피가 있던터라 종이컵 하나 얻어다 일단 마셨습니다.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잖아요.. ^^

그렇게 마냥 기다려야하나보다싶어 조금 짜증이 날려던 즈음... 통화했던 직원이 오더군요.

드디어 영감님 대면이구나.. 싶었는데... 흐미...  종이 두 장 작성하면 끝이라네요.

담당검사님께서 초범이니 선처를 해주셔서 확인서랑 서약서 두통쓰고 교육받는 걸로 기소유예처분하기로 했다나요.

그니까... 잡범이어서 영감님이 대면할 상대가 못된다는 거였죠. 흐흐..

다행이다 싶어 한숨 돌리고, 초범이란 말에 살짝 심기가 뒤틀려서 직원더러 한마디 하긴 했습니다.

아, 검찰청 직원 무척 공손하고 친절했습니다.

저도 모... 기죽지 않을려고 정장에 뾰족구두 또각또각거리며 가긴 했습니다만...

그렇게 본용무는 10여분만에 끝났습니다.

고발기획사에서 합의금 100만원요구하는 걸, 합의안하고 이렇게 법대로 처리했습니다.

덕분에 12시간 무료교육(?)이 남았고... 이쁜별하나 달았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2년전 네이버블로그에 링크시켰던 연주곡 한곡을 해당기획사에서 저작권위반으로 고소해왔습니다.

유명한 곡도 아니고 특정가수가 부른 것도 아닌 연주곡이고 2년전 일이라 잊고 있었는데 딱 걸린 것이지요.

오래전에 올리고 관리안했던 것은 고소대상이 못되는 것 같더라구요.

전 단지 최근에 접속했었다는 것만으로 계속 관리되던 블로그로 간주되더군요.

그 일로 블로그는 올렸었던 사진과 글들 때문에 탈퇴는 못하고, 웬만한건 다 지워버리고 거의 폐허상태로 만들어버렸네요.

다른분들도 이미지, 음악, 글.. 이런 것들 잘못 건드려서 저처럼 욕보는 일은 없으시길~~~

 

09.07.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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