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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교육사령부 입소식...

나비와바다 2014. 10. 21. 04:00

 

아들을 입소시키고 돌아오는 날...

지랄같이 비는 종일 내리고..

진해서 대구 찍고 수원까지 오는 동안 멍하니 진공 속을 걷는 기분...

이런 기분으로 운전하게될 엄마가 불안했으리라..

굳이 기차로 간다고 우기던 아들의 마음을 그제야 알 것 같다.

 

엘리베이터를 내리는데 늘 불이 켜져있던 아들 방이 깜깜하다..

순간 또 한번 에미 가슴도 깜깜해지고...

짐을 풀고 아들이 돌려주고간 태블릿을 켰다..

21년을 키우면서 아들 책상 한 번 안뒤져보고,

아들 컴퓨터 한 번 안 궁금해하고,

아들에 대한 태산같은 믿음을 훈장처럼 자랑스러워하던 엄마가..

 

어딘가 아들의 메시지가 남아있을 것만 같더니..

헤어질 때까지도 사진안찍겠다고 버티던 그 놈이..

태블릿 화면 가득히 남겨놓은 사진..

 

엄마는 할머니와 같이 앉고, 편히 가게 하고 싶어 뒷자석에 혼자앉게 했더니..

그 버스안에서 이 사진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을까...

내 새끼 달덩이같은 사진 속 얼굴 눈가가 촉촉해서...

비염으로 그러잖아도 션찮은 에미 코 다 헐게 생겼네..

 

훈련 잘 받고 건강하게 다시 보자는 인사도 못했는데

뿌리치듯 후다닥 뛰어 들어가는 네가 야속하더니...

생각해보니 네 맘이라고 좋았을 턱이 없었겠구나..

 

입영전야 삼촌에게 끌려가 빈 속에 들이부은 소주에 취해..

스스로 잘 자랐다고 대견해하던 네 귀여운 주정처럼..

잘 자라 주어 고맙구나..

 

때맞춰 내리던 가을비는 그칠 줄 모르고 밤새 추적거리고...

에미 마음은 아직도 비내리던 그 연병장에 머물고있는데..

그 많은 아들들 모두 오늘 밤은 많이도 심란하겠구나..

 

아들아, 착하고 바른 모습 항상 고맙고....

건강하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 믿기에..

엄마도 며칠만 지나면 괜찮아 질거야...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