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logue

나는 꽃입니다

나비와바다 2012. 10. 15. 19:11



 

 

나는 꽃입니다



나는 꽃입니다.
어느 간이역 철길 옆, 소리없이 피다지는 코스모스여도 괜찮겠습니다. 자태고운 꽃잎마다 똑똑 모가지 꺽여보내고 남은, 흐린 분홍 코스모스여도 상관않겠습니다.

인적 드문 논둑 길에 불품없는 자태로 힘겹게 개화한 쑥부쟁이여도 좋겠습니다. 거칠 것 없는 비바람에허리가 꺽여, 핼쓱해진 새벽을 맞이하는 쑥부쟁이라도 상관않겠

습니다.

녹슨 가을 바람에 꽃잎 다 보내도, 척박한 땅에 질긴 넋을 내리고  잎 진 자리마다 개화를 기약할 수 있다면 서러워도 않겠습니다.

 

나는 꽃입니다.
오렌지빛 햇살 쏟아지는 들판을 꿈꾸는 미풍에도 고뿔이 드는 베란다의 들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