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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의 낙서

나비와바다 2010. 3. 24. 21:41

극기훈련간 아들녀석에게서 문자가 왔다.

"냈던 핸드폰 다시 돌려받았어"

아마도 전체 핸드폰을 수거했다가 마지막날이라고 돌려준 모양이다.

몇번 더 문자를 주고받다가 어제 다른 학부모에게서 들은 얘기가 생각났다.

한라산 정상이라고 전화를 한 아들에게 에미는 아들없어서 잠도 못잤다고 립서비스를 했는데

그 아들... 한라산정상에서 핸드폰 터지나 볼려고 전화했다며 "잘 터지네"하고는 끊어버렸다고 한다.

그땐 그 전화조차도 여자친구생기면 해당사항없어질거라면서 웃었는데..

아마 이눔도 핸폰을 받고보니 딱히 쓸 곳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네이버에 있던 블로그를 정리하다가 아들과 외출했던 메모가 있어 옮겨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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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까, 지금아니면 안된다는 강박관념...

기어이 작은 녀석이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닥달을 해서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아파트 단지내 목련이 화사하다.

하늘을 본다. 어지럽다. 무질서하게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전깃줄...

잊었던 것이었을까. 색바랜 낡은 사진 속에나 있다고 생각했던 전깃줄에 걸린 하늘 풍경이 몹시 생경하다.

이제서야 담아왔어도 좋을 법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차를 하고 저수지, 호수, 자연학습공원등을 기웃거렸다.

아직 이 동네는 키다리 아저씨네 담장 안인 모양,

만춘을 즐기려면 좀 더 기다려야할 듯하다.

춥다. 더플코트로 무장한 녀석도 춥다고 아우성인걸 보면 마음의 추위만은 아닌 듯하다.

 

음식점 앞 화분안에 키작은 꽃들이 옹기종기 소담스럽다.

그래, 이 놈들이라도...

흔들린다.

낮은 바람에 녀석들이 잘게 흔들리고 있다.

함께 흔들리고 함께 공명하면 제대로 된 순간을 포착할 수 있을까..

결국 나는 나대로 꽃은 꽃대로 각자 흔들리고 말았다.

어쩌랴.. 그래도 나는 이 눔들이 이쁜걸.

 


 
들고나온 카메라가 머슥해서 사진 한 장 찍자고 사정했건만 결국 "나, 누구게?"가 되고 말았다.
범인들사진도 아니고 이게 뭐람..
덕분에 마빡에 피범벅이 된 여드름이 가려졌다는 사실..^^
 
배불리 먹여놨건만 돌아오는 길에 녀석이 잔소리다.
엄마차는 불안해서 못타겠다고 난폭운전 그만하라나...
내가 뭘..
그 자리에서 내려주고 걸어오든 버스를 타고오든 맘대로 하라하지 못한게 아쉽다.
생각해보니 나 답지 못했다. 다음에 또 그러면 버려버리고 말리라..
(이 대목에서 결코 버릴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다.

만약 내리라고 했다면 녀석은 아무리 먼거리라도 내려서 걸어오든가 아니면

딴 방법을 찾을 녀석이라는 걸 내가 너무 잘 알고 있단 사실도 슬프다.)
 
5~6년전만 하더라도 드라이브를 하면 녀석은 재미난 이야기(?) 하나씩을 준비하곤 했었다.
태양계 행성이야기, 우리 몸의 뼈의 구조, 환경오염등등...
음.. 나는 정말 재미난 척 들어주곤 했었다.
지금은 퇴출된 명왕성의 위성 카론이 현재까지 발견된 위성 중 가장 작다는 사실도 녀석을 통해 알았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그렇게 은근히 엄마와의 데이트를 즐기던 녀석이
 요즘은 어쩌다 외출길에 동행이라도 할려면 거의 사정을 해야한다.
 
오늘도 신발사야한다는 핑계로 거의 납치수준이었으니
요즘들어 녀석에게 점점 더 구질구질해진다는 사실도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