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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나비와바다 2009. 7. 20. 12:36

 * 성당 뒤 공사장 크레인들은 포샵으로 지운 것임 *

   

밝을 때 거실에서 바라보는 베란다 밖 풍경은

작고 소박한 성당모습이 유럽의 어느 소도시의 한적함을 연상하게 한다.

두해 전에 그 뒤로 타워크레인이 버티고서서 한참 공사가 진행되고...

잠시 잠깐 흉물스럽다는 생각.. 그러다가 까맣게 잊고 지냈다...

 

장마사이 잠시 맑은 밤하늘에 마음이 산란하여 창밖을 보니..

문득 성당 뒤 그 공사자리에  우뚝 솟은 교회의 네온십자가...

그 청청함이 사진속에서 본 리오데자이네로의 그리스도상의 당당함이 연상된다.

 

오래전 어느 겨울 한 밤, 조금 높은 곳에서 바라본 우리 동네는 

검은 벨벳 위로 성냥개비를 흩어놓은 듯한 네온십자가 무성했었지.

 

그렇게 이 땅엔 날마다 눈뜨는 날만큼 주님의 사랑은 넘쳐나는데...

왜 우리 마음 속 가난의 허기는 늘 언제나 그대로인 걸까?

 

눈뜨면 권모술수가 판을 치은 정치꾼들 이야기,

여기저기 번쩍번쩍 터지는 끔찍한 사건들,

99가진자의 100을 채우기 위한 가지지못한 자들 쥐어짜기 정책들,

그렇게 6일을 보내고 "회개"라는 면죄부로 정화된다고 믿는 세상..

 

드문드문 교회는 나가지만, 신을 위한 삶, 신을 위한 절제.

몸에 맞지않는 옷처럼 때때로 불편하다.

십자가앞에서 두 손모아 求福하지않아도..

따뜻하고 훈훈한 얘기 넘치고 살맛나는 세상은 요원한 걸까.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

단군의 홍익인간 이념이 보다 무성한 십자가보다 더 절실하게 와 닿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