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잠시 찻집에서 여유로운 시간...
아득한 시간을 거슬러 Patti Page의 나른한 음색으로 Changing Parters가 나온다.
언제였던가.. 이 노래에 가슴저미던 시절이...
시퍼렇던 사춘기 청춘이었던가...
눈물처럼 뚝뚝지던 교정의 등꽃이 눈부셔 눈물이 그렁하던 시절이었던가...
청춘의 붉은 심장같은 시집하나 가슴에 품고 있었던가...
강산도 두어번 변했을 시간이 지나서.. 이렇게 낡은 찻집에 그때의 심장으로 아파하며 앉아 있는데..
그렇게 세월은 가버렸고 문득 나는 낯선 중년의 여인과 마주한다.
뒤숭숭했던 5월...
꽃잎처럼 낙화했던 한 사람을 추억해본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훈훈한 이웃의 모습으로 각인시켜놓은채..
한떨기 꽃잎처럼 가뿐히... 등을 돌려 떠나버린 무정한 사람..
나는 모른다. 아니 판단하지 않으련다. 그분이 옳은지 그른지..
다만 그렇게 맥없이 갈 것이면 여러 사람들의 가슴에 추억들이나 남기지 말 것을..
죽음은 얼마나 간편하고 또 간편하고 간단한 해결책인가..
슬픔은 언제나 남겨진 자의 몫인 것을 왜 우리는 간과하고 있는가..
손길, 발길, 눈길 닿는 곳마다 추억만 바글바글 남겨서..
남겨진 자의 가슴마다 슬픔은 거품처럼 끓어오르는데..
우린 왜 떠난 사람보다 남겨진 사람들을 더 가여워해야하다는 것을 잊고 있는가...
미친듯이 흐르는 강물 같은 세월에..
어이하여 내 감상은 나이들고 철들지 못하고 옛노래 한 곡에도 이리 어지러운지....
그러나 떠난 사람은 언젠가 잊혀지는 법...
가끔은 세월을 거슬러 지금처럼 슬픔이 격랑이 되기도 하겠지만...
문득 처절하게 감성이 날서던 그 시절...
머릿속을 휘젓고 가던 싯구하나 아프게 떠오른다...
흐르는 세월속에 가버린 기억들도 헌화하듯이 뿌려버리고 싶은 날...
- 세월은 가고 나는 이렇게 남아있다.
미라보 다리아래
- 기욤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이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흘러간다.
괴로움에 이어서 오는 기쁨을
나는 또한 기억하고 있나니,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손에 손을 잡고 얼굴을 마주 보자.
우리들의 팔 밑으로
미끄러운 물결의
영원한 눈길이 지나갈 때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흐르는 강물처럼 사랑은 흘러간다.
사랑은 흘러간다.
삶이 느리듯이
희망이 강렬하듯이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날이 가고 세월이 지나면
가버린 시간도
사랑도 돌아오지 않고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만 흐른다.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