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말티즈는 귀가 항상 문제라 며칠 병원을 다니느라고 거의 하루 한번씩 별이녀석을 데리고 나가다시피 했더니
이젠 아주 눈만 뜨면 나가자고 난리부르스 지랄을 떱니다...
오늘은 마사토가 필요해서 동네 화원을 들렀는데.. 글쎄 지 몸집의 10배는 되는 강아지에게 으르렁거리는 겁니다..
이 뇬이 아마 날 믿고 기고만장했던 모양인데 순하다던 그 강아지도 별이가 적의를 보이니 같이 으르렁...~
흐미... 제가 다 쫄아버렸지 뭡니까..
강아지 주인이 다른 곳으로 데려갔길 망정이지... 애 데리고 다니다가 일 치를 뻔 했습니다. ㅠ.ㅠ
동네에 동물병원이 두 곳인데.. 처음엔 한 곳 밖에 없어서 아무 생각없이 다녔었지요.
그러던 어느날 시장통 가운데 또 다른 동물병원이 짠~하고 생긴겁니다.
기존 병원장은 말이 없고.. 싹싹한 맛은 덜했는데.. 아, 새로 생긴 병원을 갔더니 햐... 완전 비교가 되지뭡니까..
전 병원과는 다행히 의리라는 걸 쌓기전이니 가볍게 거래처를 옮겼습니다. ^^
젊은 원장이 싹싹하게 설명해주고 이것 저것 챙겨주는데야 싫어할 사람 누가 있겠습니까...
금요일은 마지막 치료와 심장사상충검사, 약을 먹였답니다.
교육용 영상자료로 일일이 보여주면서 설명을 해주는데 그 충 졸라 징그럽고 역겹게 생겼답니다.
여태 강아지를 키워 왔었지만 한번도 병원에서 그 약 먹이란 적도 없었고, 또 먹인적도 없어서..
검사를 하면서 혹시나 하고 걱정을 했었습니다.
다행히 감염의 흔적이 없어서 앞으로는 한달에 한번씩 충약만 투약하면 괜찮다네요.
치료받던 중 어느날.. 병원에 도착하고보니 출산 중인 요크셔테리어가 있었습니다.
그 전날 밤 한 마리를 출산한 후... 뱃속에 두 마리가 나오지 못한채로 거의 만 하루를 넘기고
그제야 병원을 왔었다고 하더군요..
별이가 도착했을 땐 새끼는 나오고 어미의 사후처리 중이었습니다.
근데 새끼가 뱃속에서 너무 오랫동안 방치가 되어서 상태가 심히 않좋았습니다.
먼저 나온 새끼는 진찰대 옆 우리에서 울고 있고.. 강아지 주인은 상태안좋은 새끼 강아지 맛사지 중이었습니다.
아, 갓 태어난 요키를 그 날 처음 봤습니다. 새까맣고 쥐새끼보다 조금 큰 그런 모습... 짱 귀엽습디다.
한참 후에 어미가 나왔는데.. 상태가 말이 아닌 듯 했습니다.
어미의 처치를 마친 의사선생님이 새끼들을 받아서 겨우 한녀석 살려놓고..
또 한 녀석은 영 생명의 기미가 없었던 터라.. 입으로 인공호흡, 산소호흡기... 별 걸 다하더군요.
그날 또 첨으로 사람이 개에게 하는 인공호흡도 봤습니다.
그렇게 처지하는 걸 보면서.. 기다리면 재촉당하는 듯해서 서두르게 될까봐.. 담날 오겠다고하고 나왔습니다.
이튿날 그 강아지의 안부를 물으니 그 후 30분을 계속 처치를 했지만.. 결국 살려내지 못했다고 하는군요.
어미도 뱃속에 잔류한 강아지가 태변까지 태내에 본 상태라 자궁상태가 오염이 되어 많이 안좋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그나마 그 시간에라도 병원에 왔기에 한아가와 엄마는 살렸던 것 같습니다.
수술하던 날 어미가 나와서 새끼들과 한우리에 넣어주니 새끼가 어미품을 파고드는 걸 보고..
어미가 새끼를 어떻게 챙기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습니다.
두번째 출산이었던 그 어미는 새끼 어릴 때.. 행여 새끼가 다칠까봐 몸도 제대로 뒤척이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런 그 어미 강아지, 새끼 한 마리 보낸 걸 알면 얼마나 아플까요...
탄생을 눈앞에 두고 가버린 생명때문에 우울하고 착잡한 날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별이에게는 저런 일은 시키지말자..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유전자"에서 보면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의 숙주로서...
개체의 유전정보를 다음세대에 전달하는 매개체로 이용당한다는 견해로도 본다는데...
그 논리로 본다면 다만 유전자의 지령을 거역하는 것으로 끝나겠지요...
그렇지만 생명존재 자체의 목적과 본질을 본다면..
우리 강아지 평생 처녀로 살게 하는 것과, 출산의 위험과 고통이 따르더라도 자연의 순리대로 살게 해 주는 것..
과연 어느 쪽이 옳은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