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logue

이반의 섬

나비와바다 2008. 5. 24. 18:34

 

 

 

이반의 섬

 

 

술병 속엔 푸른 모니터가 있다

깜빡이는 커서가 있다

거품 속에 탄생하는 비너스,

명부(冥府)로 간 오르페우스,

푸른 신호등의 한숨이 있다

 

취하기도 전에 새벽이 먼저 쓰러진다

변기를 안고 소태처럼 쓴 아침을 구토한다

토끼의 간처럼 술취한 위장도

뽀득뽀득 씻어 말릴 수 있으면 좋겠어

뜨거운 국물에 아침을 말아

오뉴월에도 한기가 드는 뱃 속을 데우며

'어, 시원타!' 이 무슨 역설인가

 

술병 속엔 떠돌이섬 델로스가 있다

푸른 신호등 야금야금 저물도록

허연 배를 뒤집고 둥둥 떠도는 문자들,

아침이면 말라 비틀어지는 환청이 있다

병 속에 갖힌 섬,

날마다 이반(離反)하는

무채색 메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