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logue

삼월에 내리는 눈

나비와바다 2008. 5. 21. 00:17

 

 

 

삼월에 내리는 눈

 

 

남도에 상륙한 꽃소식 무참히

3월 하늘 어지러이 분분합니다

겨울은 무거운 몸으로 내려와

이내 질펀한 포도위로 쓰러집니다

 

거울 앞에서 겨울을 닦습니다

거뭇거뭇 모공들이 거울 안에 있습니다

이제사, 오늘은 화장이 두터웠습니다

검은 모공 파운데이션으로 채우고

나는 꽃뱀처럼 화사하고 싶었습니다

 

쉬이 물리치지 못한 청춘의 기억같이

다투어 피어나야 할 봄의 기운 무력합니다

이 눈비 그친 후 봄을 기대하며

그저 모공에 낀 겨울을 지워봅니다

 

늦은 3월의 비장한 꽃잎 집니다

크린싱을 뒤집어 쓴 하루가 지워집니다

3월 하늘에 못내 거두지 못한 겨울이 있습니다

거울 속엔

차마 늙지도 못할 그녀가 나를 봅니다

 

2001. 3. 28.